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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20. 1. 26.



설날,
쉽게 머리를 숙이지 않는 막내와
도중에 상황을 파악한 자형







효도 (물리)
그리고 열리는 봉투



2020. 1. 3.




 어렸을때부터 그때까지 책 읽는걸 좋아하지 않았었다.

군대 있을땐 책을 읽는 것이
내가 누릴 수 있는 몇 안되는 유희 중 하나였고,
상병, 병장이 되었을땐 길고 지루한 시간을 채우기 위한 좋은 도구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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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리고보면 나는 군대에서 책 읽는 기쁨을 처음으로 느꼈었다.
책을 읽는 것은 조금도 쉴 수 없고 끊어지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 속 바쁜 일과에서,
잠들기 조금 전 잠깐의 시간동안 온전히 내 자유의지로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일이었다.
나처럼 입대전까지 살아지는대로 살아온 인간에게는 쉽게 느낄 수 없는 종류의 기쁨을 주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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누나가 구입하여 집에 두었던 하루키의 상실의시대,
아마 100일 휴가때쯤 부대로 복귀하며 가져갔던것같다.
난생 처음 진지하게 책을 읽었던 계기가 되었고, 그리고 나는 이 책을 통하여 처음 책읽는 즐거움을 알게되었다.
관심의 영역이 확장되어 소설만이 아닌 비소설류ㅡ자기계발, 시, 에세이,종교 등ㅡ또한 열심히 읽었지만, 상실의 시대가 주는 의미는 조금도 작아지지 않았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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대한민국 남자라면 거의 다 그렇듯 나 역시 20대의 일부분이 군대에서 훼손되었지만,
나는 책 읽는 기쁨을 알게되었고,
소중한 친구 한명을 얻었다.
이 두가지라면, 다시 돌아오지 않을 20대 청춘의 일부를 떼어주더라도
충분히 가치있었다고 지금도 여전히 느낀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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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0대 후반을 지나 30 중반의 경계쯤에 서있는 지금 이 시간도,
시간이 지나 후회하거나 회환에 빠지지 않길.


물론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오늘 후회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,
그래도,
그랬으면 좋겠다.